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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것과 깨달음의 사이 "우리 사촌형이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어." 시노부가 침착한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설교하겟다고 했지만, 언제나처럼 담백한 어조는 변함이 없다. "옛날부터 초등학교 선생님을 지망했거든. 원래 그림책이나 아동문학을 좋아했어. 그래서 전부터 종종 우리 집에도 추천도서를 갖고 오곤 했지. 그러나 난 소설이니 판타지니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거의 읽지 않았어. 누나들은 잘 읽었지만, 그런데 최근 어쩌다 심심풀이로 누나 책장에 있는 책을 읽었어. [나니아 연대기]라고 하는, 완전 딴 세상의 판타지였는데." "흐음." "읽은 적 있냐?" "없어, 나도 별로 책을 읽지 않아서." "그러냐. 뭐, 내용 설명은 넘어갈게. 몇 권이나 돼. 시리즈물이라서. 한가하기도 하고 끝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일단 마지막까지 읽었.. 더보기
[리뷰]가을방학 - 인기 있는 남자애 인기 있는 남자애 - 가을방학 어렸을 때 넌 재미있고 시끄러운 아이였고 남자애들 사이에선 꽤 인기가 있었지 하지만 한번도 반장은 해 본 적이 없었어 여자애들을 널 찍어주지 않았으니까 하루는 녀석들이랑 뛰어다니고 놀다가 실수로 네 가방을 '퍽'하고 밟아 버렸지 꽉 찬 가방 속엔 교과서, 공책 등과 함께 뜯지 않은 우유팩 하나가 들어 있었지 넌 오직 남자애들한테만 인기 있는 남자애였고 우유팩이 터졌을 때 걔들은 그냥 멍청히 보고만 있었지 재빨리 책들부터 꺼내서 털고 닦고 가방까지 씻어다 준 건 그 전엔 단 한마디도 너랑 해본 적 없었던 한 여자애였어 그 앤 작고 조용하고 안경을 낀 아이였지 걔가 널 왜 도와줬는지 넌 잘 모르겠지 혹시 널 짝사랑한 걸까? 그건 아닐거야 넌 남자애들한테만 인기있었으니까 넌 오직.. 더보기
[리뷰]시라노 연애조작단 보기 전에 로맨틱 코메디의 인셉션 버전이라고 누군가 그랬다던데 끄덕끄덕 동감가는 영화. 인셉션이란 영화 자체가 영화에 대한 감독의 철학을 구조적으로 설명했다면 시라노 연애조작단 역시 연극 혹은 연기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그 안과 밖을 동시에 보여 준다고 할까.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극 중에서 전에는 연극단이었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연애를 도와주는 컨설팅 업무를 하는 업체를 말한다. 그 업체에 최다니엘이 이민정을 좋아하여 연애를 의뢰하게 되고 그 연애를 도와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고 포스터에 나온 주인공들에 배려가 적절하다. 그 중에 박신혜의 비중이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지만, 박신혜는 뒤에 있다가 로맨스의 균형을 맞춰주는(반칙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어쩔 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