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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리뷰]시라노 연애조작단



보기 전에 로맨틱 코메디의 인셉션 버전이라고 누군가 그랬다던데 끄덕끄덕 동감가는 영화.

인셉션이란 영화 자체가 영화에 대한 감독의 철학을 구조적으로 설명했다면

시라노 연애조작단 역시 연극 혹은 연기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그 안과 밖을 동시에 보여 준다고 할까.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극 중에서 전에는 연극단이었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연애를 도와주는 컨설팅 업무를 하는 업체를 말한다.

그 업체에 최다니엘이 이민정을 좋아하여 연애를 의뢰하게 되고 그 연애를 도와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고 포스터에 나온 주인공들에 배려가 적절하다. 그 중에 박신혜의 비중이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지만,

박신혜는 뒤에 있다가 로맨스의 균형을 맞춰주는(반칙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연애가 어려운 건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가 알아야 할 정보는 천문학적으로 많은데,

그런 정보를 획득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핵심적인 역할은 그런 정보 부족을 일시에 해결한 다는 것이다.

의뢰인(주로 남자)이 좋아하는 상대의 취향에 따라 의뢰인을 변화 시킨다.

그래서 상대방이 의뢰인이 좋아하도록 의뢰인을 준비시켜 무대에 올려 놓는 것이다.


그리고 의뢰인은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만들어 놓은 무대에 올라가 연기를 한다.

진짜 자기 자신이 아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모습의 역할을 연기하게 된다.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무대를 벌여놓았기 때문에 연출자의 지시대로 움직여야 한다.

만약 자기 마음대로 했다가 실패한다면 실패는 멋대로 한 자기 자신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애조작단이면서 연극단의 연출을 하는 연출가가 착각한 것이 한가지 있다면

연극이나 연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매력적이냐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진실한가 라는 것이다.

관객이 연극을 보러 와서 갖는 가장 놀라운 경험은 무대에 오른 배우의 감정을 생생히 느끼는 소통이며

연애 당사자가 상대방에 마음을 주는 계기는 그의 겉모습이 아니라 본모습을 발견하는 진실한 순간이다.


연출자가 연극 혹은 연애의 진정한 의미 즉 강요된 믿음이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주는 강인한 사랑을 발견할 때까지

이 이야기는 진행이 된다. 물론 이 무대는 계속 진행이 된다. 인생의 참모습을 깨닫거나,

혹은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고 용기 내어 고백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워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